(이 글에서 WPA는 스탯티즈 WPA를 기준으로 합니다)
야구는 매 타석의 결과에 따라 승리 확률이 변화하는데요, 타자가 좋은 타격을 하면 공격팀의 승리 확률이 올라가고 좋은 타격을 하지 못하면 수비팀의 승리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같은 플레이라고 해도 상황이 중요하다면 승리 확률은 더 크게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1점 홈런이어도 9회말 끝내기 홈런이라면 승리 확률은 크게 변화하고 10점차 상황에서의 1점 홈런은 승리 확률을 거의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이렇게 승리 확률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바로 WPA인데요, 승리확률을 10% 상승시킨 선수의 WPA는 0.100입니다. 그리고 WPA는 음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승리확률을 하락시킨 선수라는 뜻입니다.
경기의 MVP를 정하는 데에 가장 유용한 지표가 바로 WPA일 것입니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가장 가치있는 선수)의 약자이고 가장 가치있는 선수는 바로 승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WPA로 봤을 때 10월 1일의 MVP는 누구였을까요?
두산 vs 한화 (4:12 한화 승)
MVP - 노시환 (4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 WPA 0.231)
올해 한화는 두산의 천적입니다. 갈 길 바쁜 두산의 발목을 다시 한번 잡으며 두산 상대 7승째를 거뒀는데요(5패), 그 중심에는 홈런 포함 5타점을 쓸어담은 노시환 선수가 있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3회말에 나왔습니다. 0대1로 지고있던 1사 만루의 찬스에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 선수는 모든 주자를 불러들이는 역전 3타점 2루타를 쳐냅니다. 이 3타점으로 인해 55,4%던 한화의 승리 확률은 78.1%로 크게 상승하게 되고, 이후로 한 번도 두산에게 리드를 내주지 않습니다.
기아 vs 키움 (기아 3:1 승)
MVP - 김현수 (5이닝 무실점 7탈삼진. WPA 0.289)
기아가 키움의 안방에서 스윕을 달성하며 단독 5위로 올라섰는데요 1등 공신은 김현수 선수였습니다. 브룩스가 이탈한 자리에 대체 선발로 들어선 김현수 선수는 5이닝 동안 실점 없이 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기아의 스윕에 앞장섰습니다. 과연 대체 선발이 아닌 주전 선발로 발돋움 할 수 있을지, 김현수 선수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SK vs NC (2:10 NC 승)
MVP - 알테어 (4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 WPA 0.324)
멈출 줄 모르는 NC의 질주, 오늘의 영웅은 단연 알테어 선수였습니다. 알테어 선수는 멀티홈런, 6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11연승을 이끌었는데요, 0대0 동점이던 2회말 2사 1,2루 찬스에 천금같은 쓰리런을 쳐내며 팀에 승기를 가져왔고(승리 확률 54.5% -> 80.4%), 4대1로 앞서던 6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또 다시 쓰리런 홈런을 쳐내며 경기를 사실상 끝내버렸습니다(승리 확률 91.1% -> 98.5%).
롯데 vs LG (롯데 3:2 승)
MVP - 김원중 (1.1이닝 0실점 1삼진. WPA 0.342)
롯데는 아직 5강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LG를 상대로 3대2, 1점차 진땀승을 거뒀는데요.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 선수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롯데는 7회까지 3대1로 이기고 있었지만 8회 불펜진의 난조로 1실점, 그리고 주자 1,3루의 위기까지 맞게 되는데요, 여기서 김원중 선수가 팀을 구하러 등판합니다. 2사 1,3루 상황에 등판한 김원중 선수, 첫 타자 채은성 선수에게 비교적 잘 맞은 타구를 허용하는데요, 하지만 마차도 선수가 타구를 점프캐치해내며 동점은 허용하지 않습니다(승리 확률 69.6% -> 83.8%).
이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9회말에 나옵니다. 여전히 롯데는 1점을 앞서고 있지만 김원중 선수는 엘지의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킵니다. 다시 한번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던 순간, 여기서 김원중 선수는 후속 타자 유강남 선수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냅니다. 무사 주자 1루 상황이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변하는 순간. 롯데의 승리 확률은 66.6%에서 95.3%로 수직상승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김원중 선수는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승리 확률을 100%로 만듭니다.
KT vs 삼성 (6:7 삼성 승)
MVP - 로하스 (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 WPA 0.358)
이틀 연속 연장 승부. 오늘은 삼성이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KT는 2위 자리를 조금 더 확고히 할 기회를 아쉽게 놓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로하스 선수의 활약은 빛이 났는데요, 4대5 한 점을 지고 있던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날리며 팀을 승리 직전까지 끌고 갔습니다(승리 확률 33.9% -> 74.8%).
하지만 KT 위즈는 1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바로 동점을 내주게 됩니다. 결국 연장까지 들어선 경기, 경기를 끝낸 주인공은 강한울 선수였습니다. 강한울 선수는 10회말 1사 1,2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끝내기 안타를 쳐냅니다. 70.8%던 삼성의 승리 확률이 100%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PS. 스탯티즈에서 WPA를 확인하신 분들이라면 강한울 선수의 WPA가 0.581로 로하스 선수보다 훨씬 높은 것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강한울 선수를 MVP로 선정하지 않은 이유는 강한울 선수의 WPA 중 0.289는 상대 실책으로 인해 올라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책이 아니었다면 로하스 선수의 WPA가 더 높았을 것이기 때문에 로하스 선수를 MVP로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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