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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김창현 감독대행 임명은 문제 될 게 없다

야만인 야설(야說)

by 방구석 야만인 2020. 10. 1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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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김창현 감독대행 / 사진 출처: 연합뉴스

지난주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이 갑작스러운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복수의 언론에서 손혁 감독의 사임이 허민 의장의 과도한 간섭때문이었다고 밝혔는데요. 작전, 선수 기용에 간섭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지방 원정 중에 손혁 감독을 서울로 호출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굉장한 월권행위입니다. 히어로즈 구단은 예전부터 프런트 야구를 지향하던 팀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프런트의 힘이 강합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밝혀진 얘기가 사실이라면,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갑질을 일삼은 허민 의장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한편 손혁 감독의 사임으로 인해 갑자기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키움의 감독대행으로 임명된 김창현 감독대행인데요, 85년생 우리 나이로 36살인 그는 키움의 퀄리티 컨트롤 코치를 맡고 있었습니다. 퀄리티 컨트롤 코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팀에 구체적인 조언을 하는 코치인데요(코치라고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그냥 전력분석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름도 직책도 생소한 그가 갑자기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까닭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히어로즈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부 야구인과 언론인들은 손혁 감독의 사임과 함께 김창현 감독대행 임명을 싸잡아서 욕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김창현 감독대행 임명에 의구심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의구심을 넘어 김창현 감독대행 자체에 대한 비하까지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현장 경험이 거의 전무한 사람이 무슨 감독이냐, 85년생 감독이 웬 말이냐, 심지어 한 언론인은 "감독대행에 듣도보도 못한 전력분석원을 앉힌 것은 야구계에 대한 모독이다"라는 강력한 비하까지 내뱉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김창현 감독대행 자체에 대한 비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딱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김창현 감독대행 임명은 전혀 문제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가지 조건은 '그가 허민 의장의 꼭두각시가 아니다'입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김창현 감독대행 임명은 전혀 문제없습니다. 

 

과거에는 명성 높은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감독이 되곤 했습니다. "야구를 잘하는 사람이 야구를 잘 안다"라는 식의 논리였죠. 하지만 현대에는 무명 선수 출신도 심심치 않게 감독에 임명되고 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감독 마이크 쉴트는 심지어 비선수 출신이지만 메이저리그 감독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되는 것이 대다수였지만 현대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허삼영 감독은 코치 경력 없이 전력분석팀에서만 21년을 일하다가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히어로즈에서 '성공한 감독'이었던 장정석 전 감독은 코치 경력 없이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으로 일하다가 감독이 되었습니다. 현장 코치 경력이 전무한 사람도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케이스였습니다. 

 

구단마다 감독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키움에서 감독이 하는 역할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각 파트 코치들이 담당합니다. 감독이 하는 역할은 각 코치와 전력분석팀의 의견을 종합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라인업을 짜고 작전을 지시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사실 이런 결정은 선수 출신, 코치 출신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면 선수 출신, 코치 출신이 아니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에 가장 많이 고려되는 것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야구인 중에 가장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전력분석원입니다. 전력분석원이 감독이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데이터에 입각하여 라인업을 짜고 작전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은 본인들의 야구 신념이 강하기 때문에 데이터보다는 본인의 신념에 따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성공했던 구시대의 야구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전력분석원 출신 감독은 가장 높은 확률을 계산하며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야구는 결국 확률 게임입니다. 확률적으로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야구 감독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꼭 듣는 비난이 "데이터 안보냐?"입니다. 해설위원들도, 기자들도, 야구팬들도 모두 데이터를 참고합니다. 그런 데이터를 키움 구단에서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 감독대행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이는 문제 될 게 전혀 없습니다. 그가 무명인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그가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 히어로즈 구단에서 원하는 이상적인 감독이 '데이터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면 김창현 감독대행은 너무나도 적합한 인재입니다.

 

85년생의 나이로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키움은 KBO에서 가장 젊은 팀입니다. 김하성, 이정후 등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병호, 김상수 등의 베테랑 선수들도 있지만 그들은 나이에 걸맞은 대우를 바라는 꼰대형 선수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감독이 젊다고 해서 팀이 와해되거나 목표의식을 잃거나 할 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젊은 팀과 젊은 감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이미 예전부터 선수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현대 야구에서 코치만큼이나 선수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바로 전력분석원입니다. 좋을 때든 안 좋을 때든 선수들은 전력분석실로 찾아가서 전력분석원과 함께 본인들의 데이터를 찾아보고 야구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눕니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이미 7년간 전력분석원으로 선수들과 긴밀히 소통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감독이 사임했어도 수석코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는 그대로입니다. 팀을 이끄는 건 감독 혼자가 아닌 코칭스태프 모두입니다. 그리고 키움에서는 주로 수석코치가 선수단을 장악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창현호'의 선수단 장악 문제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수석코치와 좋은 베테랑 선수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독은 유명 선수 출신이어야 한다, 코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은 안 된다 등은 모두 고정관념입니다. 감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감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비록 선수 경력이 없는 비선수 출신이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관점이 다를 뿐입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비선수출신의 이름없는 전력분석원을 감독으로 임명하는 것은 다름이지 틀림이 아닙니다. 김창현 감독대행이 나중에 정식 감독으로 임명되어도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감독, 그렇게만 평가한다면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야구 감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다면 말이죠.

 

다만 부디 그가 허민 의장의 꼭두각시가 아니길 바랍니다. 그가 실제로 허민 의장의 꼭두각시인지 아닌지는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부디 김창현 감독대행이 내리는 결정들이 본인의 생각과 판단에서 나온 것이길, 허민 의장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김창현 감독대행이 허민 의장의 꼭두각시만 아니라면 김창현 감독대행을 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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