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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성적 부진', 손혁 감독만을 탓할 수는 없다

야만인 야설(야說)

by 방구석 야만인 2020. 10. 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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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이 자진 사퇴를 밝혔습니다. 손혁 감독은 올해부터 키움의 지휘봉을 잡은 신임 감독이었는데요, 계약기간 2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손혁 감독이 밝힌 사퇴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습니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지켰고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 부진으로 인한 사퇴라는 말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이번 시즌 우승후보로 꼽힌 팀입니다. 1위 NC 다이노스와 순위 경쟁을 펼치기도 했지만 최근 안 좋은 흐름을 보이며 결국 1위와 상당히 멀어졌습니다. 이제는 1위 등극보다는 4~5위로 추락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키움입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피타고리안 승률은 10개 구단 중 5위입니다. 현재 3위를 유지하는 것도 운이 따라줬기 때문에 가능했지 사실은 5위권에 머물렀어야 했던 성적입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키움 팬들도 키움의 올해 성적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팀 팬들이 보기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 주어진 기대치를 생각하면 '성적 부진'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손혁 감독은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퇴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키움 히어로즈의 부진이 과연 손혁 감독만의 탓일까요? 물론 감독은 경기를 지휘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성적에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손혁 감독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감독이 왔어도 올해 성적은 기대만큼 나오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4번 타자와 1선발 투수의 부상/부진

 

4번 타자와 1선발 투수는 팀의 핵심 전력입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그 자리를 책임질 선수는 박병호와 브리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며 팀 전력에 변수가 생겨버렸습니다. 이 부분은 감독으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올 시즌 손혁 감독은 박병호의 부진에도 끊임없는 신뢰를 보이며 경기에 출장시켰습니다. 하지만 박병호는 본인이 해줘야 하는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통산 OPS가 0.966인 박병호지만 이번 시즌에는 0.831로 떨어졌습니다. 물론 0.831의 OPS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만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만큼은 전혀 아닙니다. 본인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던 박병호는 8월 중순 불의의 부상까지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하였습니다. 히어로즈의 타격을 이끌어야 했던 박병호의 부진 및 부상은 감독으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는 변수였습니다. 

 

브리검의 경우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은 케이스입니다. 이번 시즌에도 1선발에 낙점되며 개막전에 출전했던 브리검이지만 수 차례 부상으로 이탈하며 1선발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501.1이닝을 투구한 브리검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직 100이닝도 투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혹사시켜서 부상을 당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올해 브리검은 시즌 초반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리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부상을 당했고 이 부분도 감독으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었던 변수였습니다. 

 

4번 타자와 1선발 투수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그 어떤 감독이 와도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2. 모터와 러셀, 외국인 타자 영입의 실패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는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의 맹활약이 있었습니다. 홈런이 잘 안 나온 시즌임에도 샌즈는 OPS 0.939, WAR 6.21을 기록하며 KBO 리그를 호령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활약이 뛰어났던 탓인지 키움은 샌즈와의 재계약에 실패합니다.

 

2020시즌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가 데려온 외국인 타자는 테일러 모터. 수비가 좋고 내.외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밝힌 테일러 모터,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포지션 소화 그뿐이었습니다. 연습 경기 때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인 테일러 모터는 결국 정규시즌을 10경기만 소화하고 타율 0.114 OPS 0.335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KBO 리그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테일러 모터를 대신해서 영입한 외국인 타자는 에디슨 러셀이었습니다. 과거 메이저리그 올스타 유격수로 뽑힌 적도 있을 정도로 빅 네임이었던 에디슨 러셀은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만 현재 OPS 0.656의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메이저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은 수비마저 무너진 모습입니다. 

 

외국인 선수를 감독이 직접 데려오는 구단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구단 스카우트 팀에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옵니다. 감독은 그저 스카우트 팀에서 데려온 선수를 사용만 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영입은 완전히 실패한 모습입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이유에는 스카우트 팀의 외국인 타자 영입 실패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3. 우승의 적기에 준우승 감독을 경질시킨 수뇌부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2020시즌을 기대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팀을 준우승까지 올린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놀랍게도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고 손혁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습니다.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준우승 감독을 경질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구단 내부 권력 관계에 의한 경질(이장석 라인 잘라내기)이 유력한 사유인 듯합니다만 어쨌든 장정석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우승의 적기에 장정석 감독을 내쳤습니다.

 

손혁 감독은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짜 감독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긴 어렵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는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 시기, 우승의 적기에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분명히 성적을 내야 하는 시기임에도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검증된 감독을 경질하고 초짜 감독을 앉혔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키움 히어로즈의 2020시즌은 실패한 시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손혁 감독을 선임한 수뇌부도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 이 글은 그저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것은 아니며 저와 다른 의견들도 모두 존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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