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경쟁... 소형준 굳히기·홍창기 추격> 한 지상파 스포츠 뉴스의 헤드라인입니다. 소형준은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10승을 따내며 신인왕 레이스를 독주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는 소형준을 신인왕 0순위, 1순위로 표현하며 이변이 없는 한 신인왕은 소형준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홍창기는 최근에 와서야 소형준의 신인왕 대항마로 떠올랐습니다. 이전에는 소형준과 이민호의 신인왕 경쟁 구도였지만 8월부터 이민호가 부진하며 홍창기가 소형준의 대항마로 올라섰습니다. 이민호가 부진하여 소형준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되니깐 언론에서 부랴부랴 새로운 대항마로 홍창기를 찾아낸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홍창기가 최근에서야 신인왕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아닙니다. 그는 애초부터 신인왕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백업 선수로 시즌을 시작한 홍창기는 6월에 많은 출장을 했지만 1할대 타율과 .6대의 OPS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7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장점인 선구안으로 출루율을 4할로 올리더니 8월부터는 방망이를 통해 타율과 장타율까지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그의 OPS는 .823, 외야 백업 선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존 주전 선수들보다 성적이 좋습니다(이천웅 OPS .700, 채은성 OPS .772).
타율 .278 / 3홈런 / 26타점, 이렇게 보면 홍창기는 그저 그런 선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출루율과 OPS의 중요성을 밝혀낸 현대 야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406의 출루율은 리그 전체 선수들 중에 7위에 해당됩니다. 강력한 리그 MVP 후보인 로하스 선수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야구에서 득점을 많이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격할 때 아웃카운트를 오래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아웃을 잘 당하지 않는 선수, 즉 출루율이 높은 선수는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홍창기가 그런 선수입니다.
2020 신인 선수 WAR (9월 30일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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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WAR |
홍창기 | 2.93 |
강재민 | 1.61 |
소형준 | 1.43 |
송명기 | 1.35 |
정해영 | 1.32 |
이민호 | 1.14 |
최지훈 | 0.55 |
WAR은 스탯티즈 기준 |
이전 신인왕 수상자 WAR | ||
연도 | 이름 | WAR |
2017 | 이정후 | 3.66 |
2018 | 강백호 | 2.10 |
2019 | 정우영 | 0.66 |
이번 시즌 홍창기 WAR 3.49 페이스 |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봤을때 2020시즌 신인왕 레이스는 홍창기가 앞서가고 있습니다. 근소하게 앞서는 것이 아니라 독주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 신인왕 수상자들과 비교해봐도 홍창기는, 압도적으로 신인왕을 수상했던 1년차 강백호를 뛰어넘었으며, 1년차 이정후와 거의 비슷한 수치의 WAR 페이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가 신인왕 후보 1순위가 아니라는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소형준은 KBO에 등장한 보물같은 존재이며 신인왕을 받아도 무방한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창기와 소형준 두 선수의 가치를 비교해봤을 때 홍창기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14년만에 나온 고졸 신인 10승이라고 하지만 투수의 승리는 팀 전력 그리고 운에 상당부분 좌우되는 수치입니다. 승수로 투수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물론 승수를 제외하고 다른 수치를 보더라도 소형준은 좋은 투수입니다. 하지만 홍창기의 가치를 넘어서기는 어렵습니다. 경기 출장으로 비교해봐도 홍창기는 규정타석을 넘어섰지만 소형준은 규정이닝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홍창기의 걸림돌은 야구 외적인 요소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나이입니다. 93년생, 올해로 28살인 홍창기는 소형준보다 나이가 8살이나 많습니다. 신인이라는 단어에 28살의 나이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KBO의 신인 규정에서 홍창기의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규정에 나이가 많으면 신인왕 경쟁에서 페널티를 준다는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실제로 28살에 KBO 신인왕을 받은 전례도 있습니다(2016년 신재영).
올해 홍창기는 1년차 강백호를 넘어 1년차 이정후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올해 소형준과 1년차 이정후가 신인왕 경쟁을 했다고 하면 언론과 여론 모두 이정후의 신인왕을 예상하지 않았을까요? 왜 홍창기는 과소평가받고 있을까요? 여전히 ‘투승타타(투수는 승리 타자는 타점 or 타율)’의 구시대적 평가 방식에 갇혀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말 나이 때문일까요? 이유가 어찌됐든 홍창기는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선수입니다.
(이 글은 그저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것은 아니며 저와 다른 의견들도 모두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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