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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연속 도루 기록을 깨트린 것은 손혁 감독이다

야만인 야설(야說)

by 방구석 야만인 2020. 10. 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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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키움 히어로즈

지난 9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의 김하성은 4회말 도루에 성공합니다. 본인의 시즌 20번째 도루였습니다. 20-20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 그리고 또 하나의 기록이 만들어졌습니다. 개막 후 20연속 도루 성공, 이는 KBO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이전 기록은 1994년 LG 트윈스의 김재현이 19연속 도루를 성공한 것이었습니다. 

 

3일 뒤 김하성은 21번째 도루도 성공합니다. 김하성의 연속 도루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던 상황, 하지만 그 기록은 허무하게 끝이 납니다. 10월 2일 경기에서 김하성은 도루를 시도했으나 2루에 채 도달하지도 못하고 런다운에 걸려 아웃이 되고 말았습니다. 

해당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은 김하성이 볼넷으로 착각하여 2루로 뛰다가 멈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0월 3일 손혁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히트앤드런 작전이었는데 타자였던 전병우가 타격을 하지 않아 그대로 아웃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히트앤드런은 주자가 2루로 달리고 타자는 무조건 타격을 하는 작전입니다. 가장 큰 목적은 주자를 2루로 보내는 것이지만 결국엔 스윙을 하기 때문에 안타의 가능성도 있어서 번트보다는 더 공격적인 작전입니다. 안타가 나왔을 때에는 주자를 3루까지 보낼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비슷한 작전으로는 런앤히트가 있는데, 런앤히트 역시 주자가 달리고 타자가 치는 작전입니다. 하지만 히트앤드런과 런앤히트의 차이점은, 무조건 타격을 해야 하는 히트앤드런과는 달리 런앤히트는 투수의 공이 좋지 않으면 타격을 하지 않습니다.

 

다시 경기 상황으로 넘어와서, 감독의 히트앤드런 사인이 나왔으면 전병우는 무조건 타격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인미스였는지 전병우는 타격을 하지 않았고 결국 김하성은 그대로 어이없이 아웃돼버렸습니다. 기록은 도루자. 작전이었어도 어쨌든 김하성이 2루 도루를 하다가 아웃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도루자로 기록됩니다. 올해 처음으로 김하성이 도루를 실패한 순간입니다.

 

김하성 도루자의 첫 번째 책임은 작전을 수행하지 않은 전병우에게 있습니다. 전병우가 타격을 했다면 김하성의 도루자는 없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방망이에만 맞혔다면 안타가 되든 아웃이 되든 아니면 파울이라도 돼서 김하성의 도루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손혁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전병우가 작전을 미스했고 김하성은 전병우에게 괜찮다고 하며 대범하게 웃고 넘겼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하성의 도루 실패가 과연 오로지 전병우 만의 잘못일까요? 아닙니다. 손혁 감독의 책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전병우가 타격을 시도했어도 헛스윙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병우는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이 좋은 타자가 아닙니다. 전병우의 Contact%(방망이에 맞힌 비율)는 76.3%로 키움의 평균 Contact%인 78.2%보다 낮습니다. 참고로 키움은 Contact%가 10개 구단 중 9번째로 낮은 팀입니다. 전병우는 Contact%가 낮은 편에 속하는 타자기 때문에 히트앤드런 작전에 타격을 했어도 분명히 헛스윙의 위험이 존재했습니다

 

김하성은 햄스트링 통증으로 이날 경기 후반에 대타로 출장했습니다. 몸 상태 때문에 100%로 뛰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대타로 출장하여 안타를 기록했지만 100%의 주루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히트앤드런때 타자가 타격에 실패하면 김하성은 도루 실패를 기록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Contact%가 낮은 편인 타자, 그리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1루 주자. 손혁 감독은 타격 실패와 주자의 횡사를 예상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작전을 지시했고 그 결과는 김하성의 연속 도루 기록 마감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아무리 전병우가 Contact%가 낮은 편인 타자라고 해도 76.3%의 확률로 방망이에 맞히기 때문에 헛스윙까지 염두에 두고 작전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히트앤드런 상황에는 평소보다 컨택 위주의 타격을 하기 때문에 방망이에 맞힐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하지만 1루 주자가 연속 도루 기록을 이어나가던 김하성이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김하성은 33도루를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 도루의 수는 줄어들었습니다만 도루 성공률은 높아졌습니다. 김하성 본인도 도루 성공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속 도루 기록을 이어나가는 선수가 1루에 있는데 도루 실패의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작전을 지시한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손혁 감독은 김하성이 연속 도루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도 작전을 지시한 것일까요 아니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김하성의 연속 도루 기록이 본인의 실패가 아닌 작전의 실패로 인해 마감되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 이 글은 그저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저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것은 아니며 저와 다른 의견들도 모두 존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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