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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A로 보는 오늘의 프로야구 MVP (20.09.27)

오늘의 KBO

by 방구석 야만인 2020. 9. 2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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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WPA는 스탯티즈 WPA를 기준으로 합니다)

 

야구는 매 타석의 결과에 따라 승리 확률이 변화하는데요, 타자가 좋은 타격을 하면 공격팀의 승리 확률이 올라가고 좋은 타격을 하지 못하면 수비팀의 승리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같은 플레이라고 해도 상황이 중요하다면 승리 확률은 더 크게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1점 홈런이어도 9회말 끝내기 홈런이라면 승리 확률은 크게 변화하고 10점차 상황에서의 1점 홈런은 승리 확률을 거의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이렇게 승리 확률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바로 WPA인데요, 승리확률을 10% 상승시킨 선수의 WPA는 0.100입니다. 그리고 WPA는 음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승리확률을 하락시킨 선수라는 뜻입니다. 

 

경기의 MVP를 정하는 데에 가장 유용한 지표가 바로 WPA일 것입니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가장 가치있는 선수)의 약자이고 가장 가치있는 선수는 바로 승리에 가장 많이 기여한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WPA로 봤을 때 9월 27일의 MVP는 누구였을까요?

 

 

SK vs 삼성 - 박종훈(WPA 0.132)

출처: 스포츠조선

SK가 삼성에게 대승을 거둔 대구 경기의 MVP는 박종훈 선수였습니다. 박종훈 선수는 5이닝 3피안타 5볼넷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는데요, 사실 초반부터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경기에서는 WPA 높은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점수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WPA의 변동이 작아지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박종훈 선수가 0.132라는 비교적 높지 않은 WPA로도 MVP가 될 수 있었습니다. 

 

김강민 선수가 멀티홈런을 쳤는데 왜 MVP가 아닌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요, 이유는 김강민 선수의 홈런들이 비교적 점수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WPA는 점수차가 적은 상황에서 더 크게 변동합니다. 

 

 

키움 vs 두산 DH1차전 - 한현희(WPA 0.220)

출처: 연합뉴스

더블헤더로 진행된 키움과 두산의 1차전 경기의 MVP는 한현희 선수였습니다. 한현희 선수는 5.1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타선을 꽁꽁 묶었는데요, 세 경기 연속으로 실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8회초 동점 1사 2루 상황에서 나온 서건창 선수의 결승타였습니다(WPA 0.225). 리드를 가져오는 안타를 쳐냄과 동시에 본인은 2루까지 가는 주루플레이를 보여주며 54.4%였던 승리 확률을 76.9%로 상승시켰습니다. 

 

 

키움 vs 두산 DH 2차전 - 최주환(WPA 0.152)

키움과 두산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최주환 선수였습니다.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최주환 선수는 중요한 타점을 올려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5회말 1사 1,2루에서 쳐낸 2루타는 2대1의 스코어를 4대1로 벌리며 두산이 수월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WPA 0.151).

 

 

롯데 vs 기아 - 김태진(WPA 0.316)

기아가 연장 끝에 승리를 거뒀던 광주 경기의 MVP는 '예상대로' 김태진 선수였습니다. 5타수 3안타 2타점의 활약을 한 김태진 선수가 가장 빛난 순간은 역시 마지막 타석이었습니다. 1대1 동점이던 10회말 2사 만루에서 경기를 끝내는 안타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WPA 0.342).

 

기아는 10회말 1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었는데요, 그 순간의 승리 확률은 83.3%였습니다. 하지만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홍종표 선수가 1루수 직선타로 아웃되며 승리 확률은 65.9%로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2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김태진 선수의 안타가 터지고 기아의 승리 확률은 100%로 변화합니다. 이 경기로 타이거즈는 통산 2500승을 달성했다고 하니 더욱 더 의미 있는 안타였습니다. 

 

 

NC vs 한화 - 이해창(WPA 0.326)

출처: 마이데일리

NC가 간신히 승리하며 8연승을 거둔 대전 경기에서 가장 높은 WPA를 기록한 선수는 이해창 선수였습니다. 이해창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6회부터 경기에 출장하여 2타석 1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습니다. 5대0으로 지고있던 7회 무사 1,2루 상황에 볼넷을 얻어내며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 준 이해창 선수는 5대2로 지고있던 9회말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턱밑까지 추격하는 결정적인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안타로 인해 18.2%에 불과하던 한화의 승리 확률은 44.4%까지 치솟게 됩니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의 불발로 한화는 역전승의 꿈을 접게 됩니다. 

 

 

LG vs KT - 이형종(WPA 0.434)

출처: LG 트윈스

치열한 3위 싸움, 수원 경기의 최고의 선수는 데뷔 첫 멀티홈런 경기를 만들어 낸 이형종 선수입니다. 4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이 만들어낸 모든 점수를 본인의 손으로 올렸습니다. 이형종 선수의 WPA는 0.434로 KBO 오늘의 선수로 선정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이형종 선수보다 WPA가 높은 선수가 있습니다. 끝내기를 친 배정대 선수일까요? 아닙니다. 배정대 선수가 끝내기를 친 상황은 동점의 무사 1, 3루로 이미 득점할 확률이 매우 높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미 승리 확률도 매우 높았습니다(93.7%). 그렇기 때문에 배정대 선수 끝내기 안타의 WPA는 별로 높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선수가 이형종 선수보다 WPA가 높을까요? 바로 KT의 송민섭 선수입니다. 송민섭 선수의 WPA는 이형종 선수보다 높은 0.490이었습니다. 왜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요? 송민섭 선수는 9회말 한 점 지고있던 4대3 무사 2루 상황에 희생번트를 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LG의 실책이 나오고 점수는 4대4 동점 송민섭 선수는 2루까지 출루하게 됩니다. 실책이 들어갔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송민섭 선수의 플레이로 인해 점수는 동점 그리고 역전 찬스까지 잡게 된 것입니다. 이 상황으로 KT의 승리 확률은 44.4%에서 81.1%로 급상승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루 주자였던 송민섭 선수는 포수의 2루 견제에 아웃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빠른 발로 3루에서 세이프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도루가 된 이 플레이로 KT의 승리 확률은 93.3%까지 상승합니다. 즉 송민섭 선수의 두 번의 플레이가 44.4%의 승리 확률을 93.3%까지 상승시킨 것입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여기서 WPA의 두 가지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WPA는 수비의 실책 여부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타격으로 발생한 결과만으로 승리 확률을 계산한다. 둘째, 주자의 움직임도 승리 확률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도루, 도루자, 견제사 등도 WPA로 계산이 된다. 

 

그럼 송민섭 선수의 WPA가 이형종 선수보다 높은데 왜 이형종 선수를 MVP로 선정했냐고 물으신다면... 실책이 아니었다면 송민섭 선수의 WPA는 높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어찌됐든 송민섭 선수 플레이의 결과로 KT의 승리 확률이 치솟았지만 그것은 송민섭 선수의 능력이 아닌 상대의 실책과 운 덕분이기 때문에 MVP로 선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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